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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가 대신 주문해도 접속자는 사용자, 미 항소법원 Amazon 금지령 취소

미 제9연방항소법원이 8월 4일 Amazon의 Perplexity Comet 차단 가처분을 취소했습니다. 에이전트는 법문상 사람이 아닌 도구라 접속한 주체는 사용자이며, 해킹처벌법 대신 약관으로 다투라는 취지입니다.

AI 에이전트가 대신 주문해도 접속자는 사용자, 미 항소법원 Amazon 금지령 취소
AI 요약
  • 미 제9연방항소법원이 8월 4일 Amazon의 Comet 차단 가처분을 취소했습니다.
  • 에이전트는 법문상 사람이 아닌 도구라, 접속한 주체는 사용자라고 봤습니다.
  • 대신 약관으로 접속을 막는 길은 그대로 열려 있다고 각주에 적었습니다.

Amazon은 2025년 11월 Perplexity를 고소했습니다. Comet 브라우저에 들어 있는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Amazon 계정으로 로그인해 상품을 찾고 주문하는 것이, 남의 컴퓨터에 무단으로 들어간 행위라는 주장이었습니다. 2026년 3월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Amazon 손을 들어주며 에이전트의 접속을 막는 가처분을 내렸습니다.

8월 4일 미국 제9연방항소법원이 그 가처분을 통째로 취소했습니다. 사건번호는 No. 26-1444이고, 재판부는 Milan D. Smith Jr., Eric C. Tung 순회판사와 지정 배석한 John Charles Hinderaker 지방법원판사입니다. Cooley와 Wilson Sonsini 같은 로펌은 AI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행위를 다룬 첫 연방 항소심 판단으로 평가했습니다. 판결문에는 "FOR PUBLICATION" 표시가 붙어 있어, 이후 같은 관할의 사건에 선례로 쓰입니다.

제9연방항소법원 Amazon.com Services, LLC v. Perplexity AI, Inc. 판결문 첫 페이지

판결을 가른 것은 요청이 어디서 나가느냐였다

Amazon이 들고나온 법은 CFAA(Computer Fraud and Abuse Act)입니다. 1984년에 만든 미국의 해킹 처벌법으로, 권한 없이 남의 컴퓨터에 들어가면 형사처벌하고 피해액이 5,000달러를 넘으면 피해자가 민사로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에도 같은 취지의 CDAFA가 있고, Amazon은 두 법을 함께 걸었습니다.

항소심은 Comet이 실제로 어떻게 동작하는지부터 따졌습니다. 판결문이 인정한 사실은 이렇습니다. Comet은 Chrome처럼 사용자 기기에서 도는 브라우저입니다. 사용자가 Assistant에게 상품을 찾아 달라고 하면, Assistant는 화면 스크린샷을 찍어 사용자 컴퓨터에서 Perplexity 서버로 보내고, 어느 버튼을 누를지 지시를 받아 옵니다.

EFF, Mozilla, EleutherAI 등이 낸 의견서를 재판부가 그대로 인용한 대목이 이 구조를 가장 짧게 설명합니다.

사용자가 Amazon.com 페이지를 방문하면 브라우저가 Amazon 서버에 페이지 내용을 요청해 사용자에게 보여줍니다. Assistant는 그렇게 표시된 페이지의 내용을 사용자 컴퓨터에서 분석합니다. Perplexity의 서버는 Amazon의 서버에 직접 접속하지 않습니다.

Comet의 구조 (이번 판결 대상)

사용자 기기의 브라우저 → Amazon 서버

↑ 스크린샷 ↓ 조작 지시

Perplexity 서버 (Amazon과 직접 통신 없음)

판단: 접속한 주체는 사용자

판단하지 않은 구조

회사 서버의 클라우드 브라우저 → Amazon 서버

↑ 결과만 사용자에게 전달

사용자 기기는 화면만 보는 쪽

판결문: 다른 기록이라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음

이 사실관계 위에서 법리는 짧게 정리됩니다. CFAA 제1030조(a)(2)는 "누구든지(whoever) 고의로 접속하는" 행위를 처벌합니다. 재판부는 이 문언이 사람의 접속을 전제한다고 읽었습니다. 그리고 "Assistant가 지금 아무리 고도화됐더라도, 법문상 사람이 아니라 도구"라고 못 박았습니다. 접속의 뜻은 2021년 연방대법원 Van Buren 판결에서 가져왔습니다. "컴퓨터 시스템 자체, 또는 파일·폴더·데이터베이스 같은 특정 부분에 들어가는 행위"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이렇게 나옵니다. Amazon 컴퓨터에 들어간 것은 사용자이고, Assistant는 그 일을 거들었을 뿐입니다. Perplexity가 스크린샷을 받고 조작 지시를 돌려보낸 것만으로는 Amazon 서버에 들어간 것이 아닙니다.

재판부는 두 번째 이유도 붙였습니다. CFAA는 형사법이므로 해석이 모호하면 정부에 불리하게 새깁니다(관대의 원칙). Amazon의 해석을 받아들이면 부작용이 하나 더 생긴다고 봤습니다. Perplexity의 무단 접속을 도왔다는 이유로 에이전트를 켠 사용자 본인이 공모나 방조로 형사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컴퓨터가 끼었다는 이유만으로 일상 행위를 연방범죄로 바꿔서는 안 된다는 선례를 인용하며, 의회가 그런 결과를 의도했을 리 없다고 적었습니다.

Amazon이 낸 피해 증거는 약했다

가처분은 승소 가능성 하나로 나오지 않습니다. 여기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양쪽 이익의 균형, 공익을 더해 네 가지를 함께 봅니다. 항소심은 나머지 세 가지에서도 지방법원이 틀렸다고 했습니다.

Amazon이 제출한 손해 진술서의 요지는 Assistant가 최적의 가격이나 배송 방법, 상품 추천을 고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쇼핑 경험이 나빠진다는 추상적 주장이라고 봤습니다. 세관에 물건이 묶여 이미 주문받은 고객에게 못 보내게 된 과거 사건과 견주면 손해가 훨씬 멀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그 경험 저하의 책임을 사용자가 Amazon에 돌릴지도 불분명한데, 에이전트를 켠 것은 사용자 본인이기 때문입니다.

보안 위험 주장도 깨졌습니다. Amazon은 여러 보안 연구자가 Perplexity의 위험을 확인했다고 했지만, Amazon 측 전문가 스스로 그 위험을 온전히 재현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사실이 판결문에 남았습니다.

정작 이 분쟁의 발화점은 기술적으로 사소한 것이었습니다. 판결문은 "분쟁의 핵심에는 Perplexity가 user-agent string을 쓰지 않기로 한 결정이 있었다"고 적습니다. user-agent string은 브라우저가 접속할 때 자기 정체를 알리는 짧은 문자열입니다. 여기에 AI 에이전트가 켜져 있다는 표시가 붙어야 Amazon이 그 접속만 골라 차단할 수 있습니다. Amazon이 한 번 식별해 차단하자 Perplexity가 이 문자열을 고의로 바꿨는지를 두고 양측 주장이 갈리는데, 항소심은 이 다툼을 판단하지 않고 각주에 남겨 뒀습니다.

2025년 11월

Amazon이 CFAA와 CDAFA 위반으로 제소하며 동시에 가처분 신청

2026년 3월

지방법원이 "판단하기 어려운 사건"이라면서도 가처분 인용. Perplexity가 즉시 항소하고 항소심이 집행을 정지

2026년 6월 11일
시애틀에서 구두변론
2026년 8월 4일

가처분 취소·환송. 본안 소송은 지방법원에서 계속

법원이 일부러 남겨 둔 문 세 개

재판부는 판결 말미에 "이 판결이 무엇이 아닌지 다시 밝힌다"는 문단을 따로 뒀습니다. 에이전트를 규율하는 새 법제를 만든 것이 아니며,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기술 수준에 한정해 CFAA의 "접속"만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세 가지가 열린 채로 남았습니다.

첫째, 다른 구조의 에이전트. 판결문은 "다른 기록이나 새로운 사실관계에서 Perplexity가 Assistant를 통제해 Amazon 서버에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썼습니다. 에이전트가 어디서 웹을 여는지는 제품마다 다릅니다. Claude Code 내장 브라우저처럼 사용자 기기에서 격리 프로필로 도는 방식이 있고, 회사 서버의 클라우드 브라우저가 대상 사이트에 직접 요청을 보내는 방식이 있습니다. 후자는 이번 논리를 그대로 적용받기 어려운 쪽입니다.

둘째, 약관. 각주 5의 문장이 이번 판결에서 실무적으로 가장 오래갈 대목입니다. "이 결론은 Amazon이 사용자를 상대로 사적 약관을 통해 Amazon.com 접속을 규율할 능력을 훼손하지 않는다." 해킹 처벌법으로는 못 막지만 계약으로는 막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이트 운영자의 다음 수는 형사법이 아니라 이용약관과 계정 정지가 됩니다.

셋째, 다른 청구. 재판부는 불법행위 책임 등 다른 맥락에서 Perplexity가 Assistant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는지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손해액 5,000달러 요건 같은 CFAA의 나머지 쟁점도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본안 소송은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계속되고, Amazon은 전원합의체 재심리나 상고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Amazon은 "이번 판단에 정중히 동의하지 않으며 다음 단계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에서 이 판결은 어디까지 쓸 수 있나

항목지금 상태
판결의 구속력미국 제9연방항소법원 관할(캘리포니아·워싱턴 등 서부 9개 주)에서만. 한국 법원에는 효력 없음
Comet 사용무료. 2026년 3월 18일 유료 해제 후 iOS·Android·Windows·macOS에 전 세계 배포. 한국에서 설치 가능
Pro·Max 구독Comet Plus가 포함되지만 브라우저 자체는 무료 티어로 충분
한국의 대응 조항정보통신망법 제48조 제1항이 "정당한 접근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권한을 넘어" 침입하는 행위를 금지. CFAA와 문언과 체계가 달라 이번 논리가 그대로 옮겨지지 않음
본안 결과미정. 지방법원에서 계속 진행

한국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이번 판결이 직접 적용되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미국 서부에 법인이나 서버를 둔 회사, 그리고 미국 이용자를 받는 서비스에는 곧바로 닿습니다. 반대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사이트에 남의 에이전트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싶다면, 미국에서는 형사법 카드가 방금 약해졌으니 약관과 계정 정책을 손보는 쪽이 실효가 있습니다.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외부 사이트에 접속하는 제품을 만들고 있다면, 이번 주에 확인할 것은 모델이 아니라 요청이 나가는 위치 하나입니다. 사용자 기기의 브라우저가 대상 서버에 요청을 보내고 우리 서버는 판단만 하는지, 아니면 우리 서버가 대상 서버를 직접 두드리는지 코드에서 확인해 보면 됩니다. 후자라면 이번 판결의 보호 범위 밖입니다. 어느 쪽이든 상대 사이트의 이용약관에 에이전트 접속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는지는 따로 읽어 둬야 합니다. 8월 4일 이후 미국 대형 사이트들이 약관을 어떻게 고치는지가, 다음에 같은 다툼이 벌어질 때의 승패를 정합니다.